깃허브 별 6만 3천 개. 지금도 늘고 있는 저장소의 이름은 싱겁습니다. ai-job-search. AI로 구직을 돕는 도구입니다.
만든 사람은 덴마크의 지구물리학 박사 마스 로렌첸입니다. 2025년 12월 중순, 육아휴직 중에 감원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때 만지작거리던 게 Claude Code였고, 그걸로 자기 구직 과정을 통째로 짰습니다. 공고를 찾고, 맞는지 따지고,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공고마다 새로 쓰고, 면접을 준비하는 일까지요. 69곳에 지원해 1차 면접 20번, 계약 1건. 그는 2026년 6월부터 AI 엔지니어로 일합니다. 저장소는 깃허브 주간 1위에 두 주 연속 올랐고, 8월 초 3만 개 안팎이던 별이 두 달 반 만에 두 배가 넘었습니다.

대부분은 이 이야기를 "AI가 구직을 자동화해 줬다"로 읽습니다. 저는 반대로 봤습니다. 이 사람이 성공한 이유는 자동화한 것들보다 자동화하지 않은 것에 있습니다.
1. 혼자 쓰는 AI는 부풀립니다
첫 버전은 실패작이었습니다. 이력서를 쓰는 에이전트 하나만 돌렸더니, 그의 경력을 한껏 부풀려 놓더랍니다. 본인 말로는 "그렇게 많은 논문을 낸 적이 없는데" 싶었다고요.
해법은 의외로 고전적이었습니다. 쓰는 에이전트와 따지는 에이전트를 나눴습니다. 검토 에이전트는 앞선 대화를 모르는 새 맥락에서 출발해 회사를 따로 조사하고, 초안의 빈약한 표현과 놓친 키워드를 짚습니다. 작성 에이전트가 그 지적을 받아 고칩니다. RAG 시스템에서 쓰는 'LLM 심판' 기법을 가져온 건데, 결과가 크게 좋아지고 나서야 "이제 공개해도 부끄럽지 않다"고 느꼈답니다.
근데 이거, 우리 회사들이 수십 년 해 온 일 아닌가요? 기안자가 자기 기안을 결재하지 않습니다. 보고서는 쓴 사람 말고 다른 사람이 읽습니다. 사람 조직에는 당연한 원칙인데, AI를 들이는 순간 이상하게 다들 잊어버립니다. 에이전트 하나에 초안부터 검수까지 맡겨 놓고 결과물이 그럴듯하면 통과시키죠. 저는 이걸 AI 결재선이라고 부릅니다. 사람에게 결재선이 있듯, AI 산출물에도 쓰는 쪽과 따지는 쪽이 분리돼 있어야 합니다.
2. 할 수 있는 일보다 하면 안 되는 일이 먼저입니다
이 저장소에서 제가 가장 오래 들여다본 건 기능 목록이 아니라 금지 규칙이었습니다.
공고가 요구하는 키워드라도 본인 프로필이 뒷받침하지 못하면 이력서에 넣지 않습니다. 그런 키워드는 '공백'으로 표시해서 사람에게 보여 줄 뿐입니다. 없는 경험은 절대 지어내지 않는다는 원칙이 문서 곳곳에 박혀 있습니다. 채용 공고 자체도 믿지 않습니다. 공고 안에 숨긴 글자나 AI에게 내리는 지시처럼 생긴 문장이 있으면 먼저 걸러 내고, 공고 본문의 링크는 따라가지도 않습니다. 그러고도 README에는 "이 방어는 지시 수준일 뿐 격리 환경이 아니니, 낯선 사이트라면 보내기 전에 직접 훑어보라"고 적어 뒀습니다.
기업에서 AI 에이전트를 기획하는 자리에 가 보면 대화는 거의 늘 "이것도 시킬 수 있나요?"로 흘러갑니다. 정작 "이건 절대 시키면 안 된다"는 목록은 없습니다. 근데 사고는 언제나 그 없는 목록에서 납니다. 한 사람의 구직 도구도 이만큼 금지선을 그어 놨는데, 고객 데이터와 돈을 다루는 기업 업무는 어떨까요?
3. 그는 '제출' 버튼을 넘기지 않았습니다
이 도구는 지원서를 대신 보내지 않습니다. 공고를 찾고 점수를 매기고 서류를 다듬는 데까지만 하고, 보낼지는 사람이 정합니다. 풀 리퀘스트가 200건 넘게 쌓이고 대시보드 같은 기능이 붙는 동안에도 자동 지원은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한 인터뷰에서 이유를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결국 이건 사람의 과정이고, 물량 싸움이 아니라고요. 그리고 덧붙였습니다. "대신 대량으로 지원만 해 주는 AI보다, 나한테 반박도 해 주는 AI가 좋다."
적합도 점수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는 그 숫자가 72점인지 73점인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점수의 쓸모는 "내가 진짜 원하는 일이 뭔가"를 스스로 묻게 만드는 데 있다는 거죠. 69번 지원에 1차 면접 20번, 대략 30%입니다. 그는 이 숫자를 많이 뿌린 덕이 아니라 안 맞는 자리를 많이 걸러 낸 덕으로 봅니다.
저는 이 경계를 멈춤선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AI가 어디까지 가고 어디서 멈추는지를 미리 그어 둔 선입니다. 요즘 기업 AI 과제를 보면 성과 지표가 "업무의 몇 %를 자동화했나"로 잡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숫자는 높을수록 좋아 보이죠. 그런데 마스 로렌첸의 결과를 만든 건 자동화율이 아니라 멈춤선의 위치였습니다. 사람이 반드시 판단해야 하는 지점, 책임이 걸리는 지점에서 정확히 멈추게 했으니까요.
4. 우리 조직에 옮겨 오려면
덴마크 구직자의 사연을 우리 기업에 그대로 들여올 수는 없습니다. 고용 환경도, 업무 관행도 다르니까요. 다만 이 저장소가 증명한 설계 원리는 국경을 타지 않습니다.
제가 30년 동안 기업 IT 현장에서 본 자동화 과제들도 비슷했습니다. 기술이 부족해 무너진 경우보다, 누가 확인하고 어디서 사람이 넘겨받는지 정하지 않아 흐지부지된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그래서 에이전트 도입을 검토하는 분께는 세 가지를 먼저 물어보시라고 권합니다. 이 산출물은 누가, 혹은 어떤 에이전트가 따로 검토합니까? AI가 절대 하면 안 되는 일은 문서로 정해져 있습니까? 그리고 AI는 정확히 어디서 멈춥니까?
세 질문에 답이 있으면 도구는 무엇이든 괜찮습니다. 답이 없으면 어떤 도구를 써도 결국 부풀린 이력서 같은 결과물이 나옵니다.
그는 AI에게 일을 맡겼습니다.
결정은 맡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AI 엔지니어가 됐습니다.
귀사의 업무에서 AI 결재선과 멈춤선을 어디에 그을지 고민 중이시라면, 노우버스가 함께 들여다보겠습니다. 편하게 문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