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ITDA 20% 개선, 1~2년 안에 투자금 회수, 1달러를 넣으면 3달러가 돌아옵니다. 맥킨지가 AI 전환을 가장 잘 해낸 기업 20곳을 뜯어보고 찾은 숫자입니다.
올해 4월 나온 『Rewired: McKinsey's Playbook on How Leading Companies Win with Technology and AI』 개정판을 읽었습니다. 2023년 초판은 200곳이 넘는 기업의 디지털·AI 전환 경험을 정리한 책이었고, 이번 판은 부제부터 "선도 기업은 기술과 AI로 어떻게 이기는가"로 바꿔 달았습니다. 생성형 AI와 에이전트가 들어왔고, 전환의 경제성을 다룬 내용이 늘었습니다. 그런데 뼈대는 그대로입니다. 경영진이 주도하는 로드맵, 내부 기술 인재, 현업과 기술이 한 팀으로 움직이는 운영 모델, 빠르게 개발할 수 있는 기술 환경, 어디서나 꺼내 쓰는 데이터, 그리고 현장의 실제 사용과 확산. 이 여섯 가지 역량입니다.

저자 중 한 명인 케이트 스마제는 3년 사이 무엇이 바뀌었냐는 질문에 "틀은 같은데 기준이 높아졌다"고 답했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30년 가까이 대기업 IT 전략과 컨설팅 현장에서 전환 프로젝트를 봐 왔지만, 실패한 회사가 여섯 가지 역량을 몰라서 실패한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알고도 순서를 틀리거나, 엉뚱한 사람에게 맡겼죠. 이 책을 덮고 나서 국내 기업에 꼭 전하고 싶은 대목은 세 가지였습니다.
1. 성과는 두세 군데에서 납니다
앞의 20곳이 거둔 가치는 대부분 두세 개 영역에서 나왔습니다. 맥킨지는 이걸 '경제적 지렛대'라고 부릅니다. 비즈니스 모델에서 조금만 개선해도 큰돈이 움직이는 지점입니다. 광산 회사라면 선광 공정의 처리량, 보험사라면 손해율, 유통사라면 재고 회전 같은 곳이죠.
국내 기업의 AI 과제 목록을 보면 반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부서마다 하나씩 올린 과제가 수십 개고, 대부분 사내 챗봇이나 문서 요약입니다. 저는 이걸 'PoC 백화점'이라고 부릅니다. 매장은 많은데 매출을 내는 층이 없습니다. 공동 저자 로버트 레빈은 성과를 크게 낸 기업들의 가치가 비용 절감보다 매출 쪽에서 더 많이 나왔다고 짚었습니다. AI를 업무 자동화 도구로만 보면 지렛대는 끝내 보이지 않습니다.
2. 톱니는 본부장 자리에서 맞물립니다
이번 판에서 제가 가장 오래 붙들고 있던 대목입니다. 에릭 라마르는 지난 3년의 가장 큰 깨달음으로 CEO도 CIO도 아닌 'N-2, N-3 리더'를 꼽았습니다. 한 사업이나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프로세스 하나를 책임지는 임원입니다. 그가 "내 사업 어디에 기술을 심어야 성과가 나는가"를 직접 고민하기 시작할 때 비로소 벨트가 걸리고 톱니가 돈다는 거죠. 그리고 이 리더가 현재의 운영과 앞으로의 변화를 함께 책임져야 속도가 난다고 말합니다.
국내 대기업 구조에 겹쳐 보면 뜨끔합니다. 변화는 DT추진실이나 IT 조직이, 운영은 사업부가 맡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과제는 추진실이 만들고 성과 지표는 사업부가 지니, PoC가 끝나면 누구 일인지 애매해집니다. 결재선이 두 개인 셈입니다. 책의 표현을 빌리면 이건 조직 개편으로 풀 문제가 아닙니다. 사업을 맡은 임원이 AI 과제의 주인이 되도록 권한과 평가를 다시 묶는 문제입니다.
3. 외주로는 근육이 생기지 않습니다
책에는 미국 광산 회사 프리포트-맥모란 이야기가 한 장을 통째로 차지합니다. 초판 때 이미 센서 데이터와 AI로 구리 선광 공정을 바꾼 사례였는데, 3년 뒤에는 저품위 광석에서 구리를 뽑아내는 침출 공정으로 영역을 넓혔습니다. 더 어렵고 덜 정의된 일이었는데도 걸린 시간은 처음의 절반이었습니다. 데이터를 다루는 법, 기술로 개선을 이끄는 현업 리더, 빠르게 일하는 방식이 회사 안에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국내 기업은 이 대목에서 SI 관행을 돌아봐야 합니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사람과 노하우가 외주사와 함께 철수합니다. 두 번째 과제는 다시 처음부터 시작이죠. 책이 핵심 인력을 안에 두라고 거듭 말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데이터도 마찬가지입니다. 스마제는 완벽한 데이터 레이크를 다 지은 뒤에 시작하겠다는 회사가 많지만 데이터가 완벽하다는 최고데이터책임자는 만나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지금 바꾸려는 업무에 필요한 데이터부터 쓸 수 있는 형태로 만들면 됩니다.
결국 사람의 학습 속도입니다
저자들이 개정판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로 꼽은 문장은 의외로 기술 이야기가 아닙니다. 모든 AI 전환은 본질적으로 사람의 전환이라는 겁니다. 스마제는 IQ와 EQ에 더해 LQ, 즉 학습 지수를 보고 사람을 뽑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까지 말합니다. 모두가 처음 겪는 기술이니 빨리 배우는 조직이 가치를 가져간다는 거죠.
우리 회사의 AI 과제 목록을 다시 꺼내 보십시오. 경제적 지렛대에 걸린 과제가 몇 개인지, 그 과제의 주인이 사업을 책임지는 임원인지, 끝나고 나면 회사 안에 무엇이 남는지. 세 질문에 답이 없다면 과제를 더 늘릴 때가 아니라 배선을 다시 할 때입니다.
AI 과제를 경제적 지렛대 중심으로 다시 고르고, 사업 리더가 주도하는 실행 구조를 설계하고 싶다면 노우버스의 AI 도입·활용 전략 컨설팅으로 문의해 주십시오. 현장에서 쓰는 점검 틀로 함께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