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9일 새벽, 신한은행 대출모집인용 모바일 페이지에서 시작된 공격이 나흘 만에 은행과 저축은행, 캐피탈사 일곱 곳으로 번졌습니다. 개인 약 6만 6천 명, 법인 약 2,200건의 정보가 빠져나갔습니다. 공격 흔적에서는 중국어 기반 AI 침투테스트 도구 'ARTEX'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들, 보안을 소홀히 하던 곳이 아닙니다. 인증을 받고, 해마다 취약점 분석·평가를 하고, 화이트해커와 계약해 모의해킹까지 하던 곳이죠. 그렇다면 무엇이 빠져 있었을까요?

1. 우리 보안은 '점검표'로 움직입니다
국내 기업 보안의 뼈대는 인증과 정기 점검입니다. ISMS-P는 관리체계 16개, 보호대책 64개, 개인정보 처리 21개, 모두 101개 기준으로 정책과 조직, 접근통제, 암호화, 로그 관리를 갖췄는지 확인합니다. 금융회사는 여기에 더해 전자금융감독규정에 따라 연 1회 이상(홈페이지는 6개월에 1회) 취약점 분석·평가를 받고, 올해 그 평가기준은 869개 항목까지 늘었습니다. 대기업은 보통 외부 보안업체와 계약해 1년에 한두 번 모의해킹을 합니다.
꼼꼼해 보이죠. 근데 이 수많은 항목 가운데 'AI 에이전트가 공격해 올 때'를 전제로 한 항목은 없었습니다. 금융보안원이 이달 7일 6개 분야 17개 항목의 AI 에이전트 보안 평가기준을 내놨지만, 이건 금융사가 업무에 쓰는 AI 에이전트를 통제하는 기준입니다. 그마저 올해 말까지는 시범 운영이고, 정식 적용은 2027년입니다. 모의침투 도입과 사고 시 인증 취소를 담은 ISMS-P 개편도 대부분 2027년부터 시행됩니다. 공격은 이미 와 있는데, 기준은 내년을 기다리고 있는 셈입니다.
2. 인증서와 사고 사이의 빈칸
인증이 사고를 막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예스24는 인증을 받고도 랜섬웨어에 당했고, 롯데카드는 인증 직후 8년 동안 방치된 취약점으로 297만 명의 정보가 유출됐습니다. SK텔레콤의 가입자인증서버는 아예 인증 범위 밖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고를 낸 인증 기업이 인증을 취소당한 사례는 지금까지 한 건도 없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인증과 정기 점검은 특정 시점의 '스냅샷'이고, 서면과 샘플 위주로 보며, 범위는 기업이 정합니다. 이번 사고가 정확히 그 틈을 탔습니다. 공격자는 핵심 뱅킹망이 아니라 대출모집인, 임직원, 외주 인력이 쓰는 외부 연결 시스템을 노렸습니다. 한 시스템에서 얻은 고객번호를 다른 조회 서비스에 넣어 정보를 넓혀 갔고요. 점검표의 중심이 아니라 가장자리였던 거죠.
3. 계약으로 하는 모의해킹의 구멍
제가 30년 가까이 현장에서 본 모의해킹은 대개 이렇게 진행됩니다. 계약서에 기간과 대상 IP 목록부터 적고, 운영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시나리오는 빼 달라는 요청이 붙습니다. 정해진 2~3주 동안 정해진 대상만 들여다보고, 보고서가 나오면 조치 계획을 세운 뒤, 이듬해 비슷한 범위로 다시 계약합니다. 비용이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이라 많은 기업이 1년에 한 번으로 버티거나 아예 건너뜁니다.
문제는 공격의 시계가 훨씬 빨라졌다는 겁니다. 취약점이 공개된 뒤 실제 공격에 쓰이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2020년 평균 745일에서 2025년 44일로 줄었습니다. 1년에 한 번 보는 점검과 44일마다 돌아오는 공격. 이 간격을 계약서 한 장으로 메울 수 있을까요? 금융당국도 블라인드 모의해킹을 연 1회에서 2회로 늘렸지만, 이번에 뚫린 신한·KB국민·하나은행은 올해 금융권 취약점 신고포상제에도 참여하던 곳이었습니다.
4. AI 에이전트가 들어오면, 방법이 있나요?
AI 에이전트 공격은 사람 해커와 성질이 다릅니다. 지치지 않고, IP를 바꿔 가며, 여러 회사를 같은 방식으로 동시에 훑습니다. 이번에 확인된 공격 IP만 28개, 12개국에 걸쳐 있었습니다. 앤트로픽이 지난해 11월 공개한 사례에서는 공격 작업의 80~90%를 AI가 스스로 수행했습니다. 사람 해커라면 시간이 아까워 건너뛰었을 가장자리 시스템을, AI는 하나도 빼놓지 않고 두드립니다.
그래서 저는 방법이 있다고 봅니다. 다만 순서가 다릅니다. 첫째, 공격자 눈에 보이는 우리 자산 목록부터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협력사, 모집인, 외주 개발자를 위해 열어 둔 페이지까지 전부요. 둘째, 그 문들이 자동화된 공격을 버티는지 봐야 합니다. 로그인과 조회 화면이 초당 수백 번 두드려도 그대로 응답하는지 말이죠. 셋째, 새로 붙인 챗봇과 AI 기능이 또 하나의 문이 되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걸 1년에 한 번이 아니라 수시로 해야 합니다.
점검표를 채우는 보안에서, 공격자의 눈으로 다시 보는 보안으로. 이번 사고가 우리에게 남긴 숙제는 그겁니다.
저희 Tech DD의 'AI 공격 대비 점검'은 바로 이 지점을 봅니다. 외부 노출면, 자동화 공격에 대한 저항력, 전송 구간과 보안 헤더, AI 기능 노출 상태를 침투테스트가 아니라 읽기 전용으로 관측하고, 자료를 받은 뒤 24시간 안에 근거와 개선 방향을 담은 보고서를 드립니다. 우리 회사가 AI 공격자의 눈에 어떻게 보이는지 궁금하시다면 편하게 문의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