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트렌드·관점 · 2026-04-25 · KNOWVERSE

중국 AI는 이미 다른 게임을 시작했다 — 한국 AI에 남은 24개월

좋은 전략은 현재의 내 위치를 명확히 아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대기업 IT전략팀장으로 일하면서 이 때문에 곳곳에 레이더를 펼쳐놓고 다양한 소식과 정보들을 매일 모아서 정리하는 습관이 들었는데, 오늘은 그 중에 중국AI 얘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중국AI와 관련해서는 소식이 업데이트 될 때마다 매번 깜짝 놀라게 됩니다. 최근에는 Cursor가 kimi2.5모델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줘 이슈가 되었죠. 이는 중국의 오픈소스들이 실리콘벨리에서도 인정할만큼 성능이 뛰어남을 얘기하는 거니까요. 근데 중국이 단순히 오픈소스로 시장 지배력을 향상하는 전략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중국의 AI공정은 그보다 훨씬 스케일이 크고 무섭습니다.

중국 AI는 이미 다른 게임을 시작했다 — 한국 AI에 남은 24개월 — 삽화

1. 중국은 '봉쇄'를 '자립'으로 바꿔내고 있습니다

미국의 수출 규제는 중국에게 분명한 족쇄였습니다. 성능이 뛰어난 GPU를 얼마나 많이 보유하느냐가 AI개발에 핵심 열쇠였는데 그것을 막아버린 거니까요. 그런데 그 족쇄가 오히려 중국 AI 생태계를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2025년 기준으로 중국 AI 서버 시장에서 자국 칩 점유율이 41%입니다. 무슨 얘기냐면 더 이상 NVIDIA같은 회사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물론 완전히 독립하려면 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실로 무서운 속도입니다.

한때 엔비디아가 95%를 장악했던 시장입니다. 그런데 불과 몇 년 사이에 화웨이 어센드는 단일 기업으로 81만 개 이상을 출하하며 시장의 20%를 가져갔고, 캠브리콘·쿤룬신·T-Head가 그 뒤를 빠르게 메우고 있습니다.

더 흥미로운 건 화웨이의 접근 방식입니다. 개별 칩 성능이 엔비디아에 못 미치면, 8천 개에서 1.5만 개를 묶어 슈퍼포드(SuperPod)로 운영합니다. "칩 하나의 성능 격차"를 "시스템 통합 역량"으로 우회하는 전략입니다. 7nm DUV 공정의 한계는 회로를 느슨하게 설계하는 방식과 정부 보조금으로 메우고 있습니다.

저 같은 엔지니어 출신이 보기에 이건 단순한 물량공세가 아닙니다. 시스템 아키텍처 차원의 발상 전환입니다.

2. 진짜 게임은 '학습'이 아니라 '추론'에서 벌어집니다

AI회사들이 한번쯤 하는 고민, "우리 회사도 자체 LLM을 만들어야 하나요?" 이에 대한 저의 최근 답은 "학습보다 추론이 본게임입니다."

2030년이면 AI 반도체 시장 매출의 80%가 추론용이 될 거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학습용은 극강의 성능이 필요하지만, 추론용은 가성비와 생태계가 승부를 가릅니다. 7nm 공정으로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영역이죠.

중국이 노리는 지점이 정확히 여기입니다. 자국 14억 내수에 쇼핑·교육·의료·행정 AX를 깔아버리면, 미국의 봉쇄는 의미가 없어집니다. "가장 똑똑한 AI"가 아니라 "가장 널리 쓰이는 AI 생태계"를 만드는 게임입니다.

3. 그렇다면 한국은 어디에 서 있는가

수치만 보면 한국은 분명 강국입니다.

· 인구 대비 AI 특허 수 세계 1위 (14.3점, 미·중·일 추월)

· 주목할 만한 AI 모델 수 세계 3위 (미국 50개, 중국 30개에 이은 5개)

· 산업용 로봇 설치량 세계 4위

· HBM 시장 사실상 독점

그러나 현장에서 보면 Week Point도 분명합니다.

주목할 만한 모델 5개 중 4개가 LG AI연구원의 엑사원 시리즈입니다. 소수 대기업 의존도가 너무 높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인구 1만 명당 AI 인재 순유출은 -0.4. 우리가 키운 인재가 독일과 미국으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인재 성비는 남성 80% 이상으로, 다양성 측면에서 가장 취약한 그룹에 속합니다.

4. 현장 컨설턴트가 보는 한국의 진짜 강점

저는 한국이 가야 할 길이 중국식 폐쇄 자립도, 미국식 풀스택 지배도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가 추구할 건 '개방형 기술 주권'입니다.

HBM이라는 압도적 협상 카드를 쥔 채 글로벌 가치사슬에 깊숙이 들어가 있고, 동시에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처럼 비영어권 국가에 '문화적 대안'을 제공하는 소버린 모델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카카오는 빅테크와 손잡고 대중화를 노립니다. 이 양면 전략이 한국의 현실에 가장 잘 맞습니다.

리벨리온이 작년 매출 32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배 성장한 것도 의미심장합니다. HBM 강자가 NPU 팹리스와 결합하면, 온디바이스 AI와 스마트팩토리 영역에서 한국은 누구도 흉내내기 어려운 포지션을 만들 수 있습니다.

5.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제가 IT업계에서 30년 가까이 현장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전략은 결국 실행 속도가 결정한다는 사실입니다. 정부가 발표한 GPU 3.7만 장 확충, 100조 원 국민성장펀드, AI R&D 10조 원, 네거티브 규제 전환 — 모두 방향은 맞습니다. 문제는 타이밍입니다.

중국이 자립 생태계를 완성하는 2-3년이 골든타임입니다. 이 시기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현장에서 본 시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컴퓨팅 자원 공급의 적기성 — 전력망과 데이터센터 부지가 진짜 병목입니다.

둘째, HBM 리더십을 NPU로 전이 — 메모리 강국이 시스템 반도체 강국으로 가는 다리는 지금 놓아야 합니다.

셋째, 인재 유출 차단보다 유입 환경 조성 — "한국에서 일하는 게 가장 도전적이다"라는 평판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연봉만으론 안 됩니다.

넷째, AX의 저변 확대 — 대기업 5개가 잘하는 게 아니라, 중견·중소기업 1만 곳이 AI를 쓰는 나라가 진정한 G3일 겁니다.

이건 제가 노우버스를 운영하며 매일 부딪히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중국이 거대한 장벽을 쌓고 있다면, 우리는 그 장벽 위로 뻗어가는 고속도로가 되어야 합니다.

폐쇄가 아닌 연결,

자립이 아닌 가교.

한국의 자리는 거기에 있습니다.

다음 30년을 결정하는 건, 앞으로의 24개월입니다.

제가 하드웨어 쪽 전문가는 아니다보니, 접근이 피상적이거나 놓치는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링크드인에는 각계 전문가들이 계시니 그러한 부분 편하게 의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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